집밥인서울-4편 박혁(@hyuk_seven)님. “평범한 남자의 평범하지 않은 집밥”

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집밥 인터뷰에 처음 등장한 남자분. 주인공은 박혁님입니다.

집밥 인터뷰에 처음 등장한 남자분. 주인공은 박혁님입니다.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30대 남자 직장인입니다. 하나마나한 소리를 자주하며 농구하는 것과 야구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관심사가 다양하지만 앎은 그 이상으로 얇습니다.
2. 혁이님의 집밥 하면 일단 떠오르는 게 파스타입니다. 면성애자(^^)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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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칼하게 후추 뿌린 오일 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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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 파스타도 거뜬.

일단 면을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 외갓집에서 자랐었는데 걸어서 3초 거리에 직접 국수를 뽑는 맛있는집이 있었고, 할머니도 워낙 솜씨가 좋으셨어요. 그때부터 면식은 익숙해졌죠. 그리고 파스타를 주로 해먹는 건 무엇보다 간단해서예요. 시공간의 제약 속에 좋아하는 식재료를 이용한 식사를 하기엔 파스타만한 게 없으니까요. 익숙해지면 요리 완성과 동시에 정리도 마치고요. 물론 세상에 간단한 국수는 없지만요.
3. 본래 한식을 즐기지는 않는 편인가요? 면식 외에 고기를 즐겨 드시는 거 같았어요.

간단한 메인요리에 밥이나 면을 더하는 간편한 집밥을 선호한다.

네, 어렸을 때부터 한식을 즐기지 않아요. 김치, 나물 이런 거 다 안 좋아하고 고기, 피자를 워낙 좋아했습니다. 인천에서 자라 좋은 해산물을 접할 기회도 많았지만, 그것도 별로였어요.무엇 보다 한식의 한상차림이나 간 맞추기는 음… 여전히 이해가 잘 안되거든요. 한상에 온도도 안 맞는 거 다 올려놓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잖아요. 조리법도 대부분 만드는 사람의 노동을 갈아 넣어 만드는 거 같고요. 게다가 제가 국을 안 먹다보니 그런 경향은 더더욱 강해졌죠. 좋아하는 반찬 하나만 있으면 되는 식성을 갖고 있다 보니, 밥이나 면을 기본으로 하여, 조리한 요리를 더하는 형태를 훨씬 선호하는 것 같아요.

4. 또래의 다른 남자들에 비해 집밥을 해먹는 횟수가 잦은데, 특별히 집밥을 해먹게 된 계기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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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으로 즐겨 먹던 파스타에서 시작된 요리 관심은 점점 확대되어 갔다.

어렸을 때부터 외식이 잦았어요.엄마랑 같이 백화점 가서 피자 먹거나, 삼촌이 하시는 고깃집 가는게 행복이었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파스타가 그 역할을 대신 했었죠. 학비를 벌어서 학교를 다녀야 했기 때문에, 알바를 계속 했는데 파스타는 한 접시에 만원 정도니까, 부담이 크더라고요.  최저시급이 3,500원도 안되는 시기였으니 형 누나들한테 많이 얻어먹기도 했지만, 그래서 군대에서 밥 만들던 가락이 있으니 한번 만들어보자고 했어요. 그래서 기성 제품들을 이용해 만들어 봤어요. 집에서 만들면 한 접시당 재료비는 사먹는 음식의 반의 반인데, 시급을 더해도 그거보다 비싼데다, 일단 밖에 나가서 먹으면 식비 외에도 쓰게 되는 비용도 있잖아요. 그렇게 좋아하는 파스타부터 요리를 해보게 된 거죠. 그리고 할 때마다 조금씩 느는 게 보이니 재밌었고,  맛도 어느 정도 나기 시작하니 다른 요리들도 이것저것 시도해보게 된 거고요.

5. 그렇다면 가장 자신 있는 파스타 메뉴와 나만의 요리할 때의 요령이나 비결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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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해서 손에 익은 까르보나라. 핵심은 유행타지 않는 기본 레시피로 시작하는 것.

업으로 하는 분들이나 정말 잘하시는 분들과 비교하기에는 많이 모자라다보니, 사실 그렇게 자신 있는 건 없고요. 기본이 되는 알리오 올리오나 봉골레는 그래도 많이 해먹다보니 손에 익은 정도예요. 까르보나라, 로제도 좋아하지만 그 이외의 메뉴나 식재료는 먹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그때 한번 씩 해보면서 목록에 더하고 있어요.

비법이라면… 검색을 많이 활용하죠. 무슨맘 블로그 같은 거 따라하지 말고 좋은 요리책이나 레시피를 찾아서 해보세요. 두어 번 망해보면(^^) 그 다음부터 괜찮더라고요. 네이버매거진캐스트에 올라오는 잡지 속 레시피는 어떤 건 ‘꽝’인데 때론 좋을 때도 있어요. 무엇보다 기본 레시피로 몇 번 해보면서 망해보기도 하고, 때론 잘 되면 거기에 자기 취향을 더한다고 생각하면 편해지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정량과 비율을 지키고, 소금과 후추는 좋은 것 쓰기, 음식 레시피에 나오는 온도를 정확히 지키기 정도인데, 어째 하나마나한 이야기네요.

6. 고기 요리도 그렇고, 파스타도 그렇고, 칵테일도 생각나는 대로 툭툭 잘 만들어드시는 거 같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주방을 드나들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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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검색을 통해 요리나 재료에 대한 관심을 생활하다 보먄 요리에 감이 생긴다. 사진은 연어구이.

제가 생각나는 대로 막 만드는 건 사실이예요 하핫. 그래도 그전에 여러 가지 자료를 찾아봐요. 가령 진토닉을 만든다고 하면 기본 레시피를 알아보고, 그 후에 제 입맛과 상황에 맞게 가감하지요. 저는 입대 전까진 할 줄 아는 요리는 라면 1인분 밖에 없었어요. 밥도 제대로 못했고요. 집에 와도 혼자였고…. 하지만 군대(의무소방)에서 현금 1만원으로 5인의 점심/저녁(쌀과 김치 제외)을 만드는 걸 몇 달 해보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은 되더라고요. 그때 용기를 얻었던 게 힘이 되었고, 서빙 알바를 하면서 음료도 만들어보고 주방에서 하는 걸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하고요. 간단한 것들은 비슷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니까 하나 해보면 그 다음이 쉬운 경우가 많죠.

7. 그런 정보들이 쌓여서 그럴까요? 요리에 관심이 많은 편 같습니다. 요리 쪽 동호회 활동은 혹시 하신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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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풍 생선찜 요리.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기 전에는 레시피 검색이 우선이다.

동호회 활동은 한 적이 없고, 요리에 대해서는 복합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어디에서 만들어서 어떻게 소비하느냐에 따라 함의가 많이 달라지니까요. 제가 해먹는 건 “간단하고 맛있게 먹자 “정도이고 끼니를 단순히 때우자고 생각할 땐 맛을 크게 따지지 않아요. 그리고 ‘집에서 만든 건강한 음식’같은 슬로건에도 큰 관심이 없습니다. 다만 식재료에 대해서는 좀 다른 입장인데, 국내에서 유통업자와 일반 소비자들의 태도, 그리고 윤리적인 생산과 소비에 대해서는 고민이 되더라고요. 지금처럼 대량으로 소비를 하면서 먹으려면 공장형 사육이 필수적인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효율과 효과, 그리고 그에 따른 윤리는 어디에나 문제이기도 하고요.

8. ‘집밥 백선생’이후 한동안 집밥의 정의, 효용성 등을 두고 SNS에서 말이 많았었는데요. 현대인의 집밥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그 부분도 궁금합니다.

이미 다 논의가 된거 같은데 하하하.

굳이 더하자면 저한테 집밥은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예요. 외식을 하거나 포장해서 먹는 게 훨씬 더 편한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집밥은 다른 사람한테 간섭 받을 일 없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해서 끝나는 일련의 과정이라 좋은 거 같아요. 특히 자기가 선택한 가족과 함께이거나 혼자살 땐. 일할 때 사람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랑 성과에 대한 압박이 큰데 그런 거에서 탈피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계가 요리이기도 하는 거니까요. 공개 여부도 자신이 정할 수 있죠. 그러니까 자기 성향과 상황에 맞춰서 결정하면 되는 거라 생각해요. 집밥에서 제발 엄마 좀 그만 찾고!
9. “요리하는 남자가 섹시하다”라는 말도 하잖아요. 이런 트렌드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으하하하하하하하. 이 질문 너무 좋아요. 저는 ‘뇌섹남’이란 말도 띨띨한 남자들이 너무 많아서 나온 거 같았는데, 요섹남(…)은 ‘엄마 찾는 남자’가 하도 많아서 나온 거 같아요. 그리고 누가 그런 말을 시작했는지 모르지만, 섹시한 사람은 뭘 해도 그렇잖아요. 밥하는 정도로 섹시해진다는 건 좀 웃기고요. 프로페셔널들에게 끌리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요.
10. 요리 관련 아끼는 도구나 애착 가는 물건 혹은 꼭 장만하고 싶은 요리 도구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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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은 기본형. 돌아가신 아버지가 예전에 사오신 것과 함께 살았던 외조부모님께서 쓰시던 것을 쓴다. 여유가 되면 일본의 스이신 제품을 사고 싶다.

칼은 아직 제가 산 건 없고, 돌아가신 아버지가 예전에 사오신 것과 함께 살았던 외조부모님께서 쓰시던 것들을 사용 중입니다. 나중에 스이신을 사용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먼 일 같고요. 팬은 현재 AMT사 제품을 잘 사용하고 있는데, 조금 작은 거랑 웍 하나 더 있으면 좋겠네요. 아, 파란 스타우브 냄비도요.

11. 마지막으로 나에게 집밥이란?
귀한 일상

# 이번 인터뷰는 평소 눈여겨 보고 있던 훈남 혁님이 대상입니다. 본인은 특별히 잘하는 게 없다고 겸손해하셨지만, 누구나 잡지 속 화보 같은 상차림이나 유기농 재료만 활용한 집밥을 해먹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잖아요. 혁님 말씀대로 “집에서 간단하게 맛있게 먹자”라는 정도면 충분하죠. 무엇보다 꼭 ‘한식 차림’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 “제발 집밥에서 엄마 좀 그만 찾고!!” 자신에게 맞는 집밥 스타일을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단 사실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걸 감사드리며, 뒤늦은 업데이트를 기다려주시는 모든 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책의 실험- 챕터 ZERO 특강에 대한 제로 베이스의 감상

 챕터제로요즘 저는 매주 수요일에는 녹번동 5번지 구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합니다. 이름이 좀 살벌하죠? 오늘날 이곳을 부르는 이름은 사회혁신센터입니다. 제가 인터뷰했던 서울혁신센터 정상훈 센터장의 표현을 빌면 이곳은 “서울 시민들을 위한 쉼터이자 배움터인 동시에 양극화와 저성장, 고령화와 저출산 같은 서울이 처한 도시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답을 마련할 ‘사회혁신플랫폼’이자 5년 후 서울의 미래를 그려나갈 ‘창조적 기지’”인 셈입니다.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국민들의 건강을 해쳐온 질병을 연구하고 그 백신을 만들고 보급해온 구 질병관리본부의 맥락을 이어, 서울시가 처한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장소라고 보면 될 듯 합니다.

이곳에서는 매주 수요일 7시 30분부터 ‘책의 미래’를 고민하는 특강이 열립니다. 이 특강을 개최한 곳은 서울혁신파크의 입주단체이기도 한 출판협동조합 롤링다이스.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를 쓴 저자이기도 한 제현주 선생님과 10명의 조합원이 함께 굴려가는 롤링다이스는 출판계에서 보자면 신생이고, 이질적인 존재들이죠. 제현주 님은 본래 기업의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컨설턴트로 일하셨던 분입니다. 사실, 그 점이 제가 이 특강에 끌린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세상은 바뀌었고, 뉴스와 매체가 처한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으며 일례로 종이책에 접속하는 독자들도 바뀌었습니다. 문제를 인지하고, 그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데, 종전의 방식으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그 ‘문제’를 ‘문제’가 아닌, 또다른 ‘기회’로 바라보고 접근을 할 수는 없을까, 종이책 출판의 한계라고 말해왔던 것이 도리어 종이책 출판의 활로를 열 수는 없는 것일까 라는 것이 제가 이 특강을 신청한 이유였습니다. 게다가 위의 책은 제가 올해 읽은 가장 흥미로운 책 중 하나이기도 했고 말입니다.

작년에 들었던 이진경 교수의 공동체 특강 중 흥미로웠던 말은  “이질적인 걸 잘 받아들여야 해당 공동체가 발전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 또한 이 특강을 택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번 특강에는 웹툰회사부터 포털의 뉴스 큐레이터, 독립영화 마케터 같은 출판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까 싶은 이들도 강연을 맡았습니다. 출판계 밖에서 출판계를 들여다보는, 그러니까 외부의 시선이 어쩌면 아니 절실히 우리에게 필요했던 게 아닌가. 그것이 단지 ‘평론가’적 시각이 아니라, 이 어려운 시대, ‘콘텐츠’라는 것을 나침반 삼아 자신의 길을 가는 동료로서의 ‘밖’의 시선이기에, 이질적인 것에 마음을 열어두고 외부성으로 충원되길 바라는 마음을 충족시켜주지 않을까 한 거였지요. 사실, 출판계에는 그러니까, 저 같은 잡지기자 출신들이나 다른 일을 하다 들어온 사람의 눈으로 보자면, 특유의 정서나 시스템이 꽤나 강고한 커뮤니티이거든요.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는 건 대개 비슷비슷하지만 출판은 잡지나 여타 미디어와는 다른 ‘결’이 있습니다. 그건 사람들에게서 빚어지는 어떤 아우라 같은 거에요. 그러니까 영화 <행복한 사전>의 원작 <배를 엮다>의 마지메 같은 이들과 함께하는 체험 같은 것. 저는 이런 출판계가 조금 더 유연해지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또한 전자책은 구매해본 적도 없고 종이책의 물성을 사랑하고 책이 ‘굿즈’라는 말을 들으면 약간은 움찔하는 저의 체질을 또한 바꿔보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책이 이토록 안 팔리는 시대, 그래도 책을 내며 지속가능하고 싶다는 1인 출판사 운영자의 간절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이번 특강을 준비한 롤링다이스의 의도이기도 했고요. 출판이라는 얼어붙은 바다를 건너가는 종이배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저같은 작은 출판사 사람들에게 이번 특강은 어떤 도끼 같은 통찰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마음 말이지요. 그리고 겨우 중반부(이 글을 쓰는 지금은 총 6강 중 3강을 들은 상태입니다.)에 이른 지금, 제 마음은 어느 정도 그 의도는 통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하여, 지금 쓰고 있는 이 서문 격인 감상문을 끝낸 이후부터는 1강부터 차곡차곡 정리를 하고자 합니다. 사실, 강연자의 말이 부싯돌이 되어 스파크가 튀는 바람에, 강의 중간 중간 이런 책을 만들자라는 기획 아이디어도 나오고, 마케팅 플랜도 써놓고, 아 이 번역은 이 사람에게 맡기자 이런 식으로 생각이 흘러가 버린 덕분에 어쩌면 매우 불친절하고 주관적인 특강 후기가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여기에 ‘영업비밀’을 쓰진 않을 터이니, 더더욱이나 재미없으실 수도 있겠네요)

아, 롤링다이스의 특강은 아직 3강이 더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현매도 가능하다고 알고 있으니, 지금이라도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신청해보세요. 또한 ‘책의 실험- 챕터 제로’의 분위기를 보고 싶은 분이라면 출판계 이슈를 찬찬히 톺아보는 부지런한 어수웅기자가 쓴 이 편집자레터 챕터 0- 목차 이전의 젊은 출판 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집밥인서울3편- 박재은님(@amisdame)의 “집밥은 숨쉬기 운동이다”

1.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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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집에서 친구들과 김밥 파티 중. 서 있는 사람이 저입니다.

서울 사람들의 도시살이에 대한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사회학자입니다. 그 전에는 출판사 편집자로서 10년 간 인문 교양도서 및 학술도서, 도시디자인과 건축, 예술, 여행, 요리 등에 대한 책을 만들었습니다. 트위터를 비롯해 SNS를 통해 직접 만든 음식 사진과 간단한 요리법들을 공유한 지는 6년째입니다.

2. 공통 질문인데요. 집밥 라이프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환경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엄마가 손맛이 있으셔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데 익숙하고, 아버지가 젊어서 지병이 있으셔서 엄마가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쓰시기도 했고요. 집밥을 차려 먹는 걸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습니다. 엄마 감독을 받으며 계란 프라이나 라면 등을 끓이거나, 외출한 엄마 대신 아버지와 동생을 위해 냉장고를 뒤져 처음 밥상을 차린 게 다섯 살 무렵입니다. 엄마가 40대부터 다시 바깥 일을 하시면서, 늦둥이 동생에게 간식을 만들어 주거나 밥상을 챙겨주는 일도 많았고요. 특히 서른이 넘으면서부터 건강한 집밥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죠.

3.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이십대 후반에 취직을 하고 곧이어 독립을 했죠. 회식 때문에 취직 1년 만에 살이 많이 쪄서, 그전엔 과체중이었는데 비만 단계로 접어들었어요. 무릎이 나빠져서 한의원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몇 달간 살을 뺐습니다. 소금과 기름을 치지 않은 야채와 삶은 감자, 선식 등으로 장을 비우는 절식과 뒤이은 회복식(미음과 죽)을 먹으면서 양념을 하지 않은 야채 본연의 맛과 친해졌습니다. 무나 버섯을 생으로 먹어도 달고 고소하다고 느낄 정도였죠. 그래서 맛만 있는 자극적이거나 기름진 음식보다는 몸에 좋은 재료들의 독특한 맛을 살리는 단순한 요리법 등을 요리책이나 블로그들을 통해 접하고 자꾸 만들어 보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엄마의 집밥과는 또다른 저만의 손맛이 차츰차츰 발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계기가 있다면, <오늘의 행복 레시피>라는 책을 편집한 적이 있는데요. 뉴욕에서 프렌치 비스트로를 하는 프랑스 요리사가 식사시간마저 비지니스 미팅에 활용하는 바쁜 뉴요커들에게 식사와 간식 시간 등을 기회로 천천히 인생을 음미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일이라면 그것을 멋지게 해낼 필요가 있다”라는 말로 집밥과 살림살이를 잘 꾸려나가야 하는 이유를 잘 요약하기도 했죠.

4. 나만의 집밥 원칙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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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받는 미니 꾸러미. 우리 돈으로 15,000원 정도. 각종 야채와 손수 짠 주스 한병이 온다.

첫째, 제 몸의 특성에 맞추어 먹습니다. 상체 쪽에 열이 많은 편이라서 속을 자극하는 맵고 짠 음식은 피하는 편입니다. 슈퍼푸드라고 무조건 먹지 않고, 제 체질에 맞는지 관련된 정보를 확인해 둡니다. 둘째, 한 끼 식사는 야채가 절반 이상이되, 반드시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구성합니다. 셋째, 어느 나라의 ‘정통’ 요리법을 고집하기보다는 풍토에 맞는 요리를 하려고 합니다. 서울에 있을 때는 구하기 힘든 바질보다는 깻잎이나 어린 열무로 파스타를 만들고, 리옹에서는 프랑스식 순무나 래디시 등으로 물김치를 담그는 식으로요. 넷째, 생산자에게 직접 구한 재료나 시장에 흔한 제철 재료를 많이 씁니다. 한국에서는 귀농하신 부모님이 키우신 야채, 과일과 들기름을 많이 활용해서 요리하고요, 리옹에서는 농부 협동조합에서 직접 키운 ‘꾸러미’를 일주일에 한 번씩 받습니다. 리옹에는 로컬푸드를 구하기도 쉬워요. 동네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열리는 장터에 생산자들이 직접 와서 야채, 과일, 고기, 치즈, 달걀 등을 판매하고 있으니까요. 대형마트는 가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5. 위의 원칙을 지키면서 하루의 세끼는 어떻게 구성하고 드시나요?

집밥을 꾸준히 먹으려면, 음식을 만드는 게 특별한 이벤트가 되기보다는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전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배가 고픈 편이라서, 바로 식사를 합니다. 바나나나 복숭아 같은 과일을 하나 먹고, 말린 과일(푸룬이나 말린 살구, 혹은 무화과)과 뮤슬리를 넣은 플레인 요구르트를 한 사발 먹은 다음에 견과류 빵을 한두 조각 구워 원두커피를 곁들여 먹습니다. 서울에서는 무농약 재배하는 우리밀 통밀가루를 사서 직접 빵을 구웠지만, 프랑스에는 발효종을 사용하는 빵집이 많아 주로 사먹습니다.서울에서는 빵 대신 떡을 먹기도 하고, 보리와 현미를 섞어 지은 고두밥에 찐 단호박이나 고구마, 옥수수 등을 곁들여 우유에 말아 먹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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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고추향 낸 들기름에 지진 두부와 허브 드 프로방스와 죽염, 후추로 간한 토마토. 흰 아스파라거스와 렌틸콩을 넣어 지은 밥을 더한 도시락.

점심은 밥이나 쌀국수, 스파게티 등을 바탕으로 야채를 많이 넣은 일품요리를 먹습니다. 두툼한 냄비를 활용해서 카레나 스튜 등을 만들어 두고 데워 먹는 경우도 잦습니다. 재작년부터는 탄수화물을 먹기 전에 식욕을 조절하려고 점심시간 조금 전에 사과나 배 등을 하나 먹고 있습니다. 도시락을 가져오는 프랑스 대학생들을 위해 캠퍼스에는 전자렌지가 구비된 식당이 있는데, 저도 전날 만든 파스타를 싸가서 데워먹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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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아스파라거스는 데치고 생치즈와 달걀, 통밀빵을 곁들여 벼룩시장에서 장만한 아끼는 접시에 내었습니다.

저녁에는 되도록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먹습니다. 샐러드나 싱겁게 간을 한 나물을 일종의 따뜻한 샐러드처럼 한 접시 먹고, 고기나 생선, 달걀이나 두부, 치즈 등을 기본으로 야채를 듬뿍 넣은 주요리를 만들어 한 접시 먹습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전에도 과일이나 견과류를 조금 먹어서 배고픔을 미리 누그러뜨립니다.

6. 싱겁게 간을 한 음식이 몸에 좋다는 건 알지만, 맛이 없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염식을 잘 유지하는 비법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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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껍질콩과 소금에 절인 토마토와 레몬껍질과 자색 양파가 들어간 ‘좌파 샐러드’. 각각 노동, 환경, 여성주의, 안전을 상징하는 네 가지 색깔 때문에 붙인 이름 ^^.

요리를 시작할 때 밑간을 약하게 하고, 허브나 향이 진한 채소(깻잎, 샐러리 등), 다양한 야채 등을 넣어서 복합적이고 깊은 맛이 나는 요리를 만듭니다. 그리고 요리를 다 마친 후에 마지막 간을 맞춥니다. 이때 소금, 후추를 살짝만 치면,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엔 음식 겉면에 묻은 소금 때문에 간이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소금과 후추가 적게 들어간 음식을 먹게 되는 것이지요. 또 사탕수수 본래의 맛이 나는 비정제 유기농 설탕이나 한국산 콩으로 발효한 양조간장, 사과주를 발효한 프랑스 사과식초나 갓 짠 레몬즙 등을 자주 쓰는 편이에요. 신맛을 좋아해서 싱겁게 먹는 데 도움이 됩니다.

7. 요즘은 ‘토종식단’만을 고집하지 않는 게 도리어 건강에 좋다는 말도 있는데요. 프랑스의 식생활 중 우리의 현실에 반영하면 좋겠다 싶은 아이디어를 나눠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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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전 반죽을 케이크틀에 넣고 구워낸 녹두파테. 반죽을 반씩 나눠, 한쪽엔 고기를 넣지 않고 다른 쪽엔 넣어 친구들의 종교와 취향을 반영했다. 대호평이었던 요리.

음식을 순서대로 먹는 프랑스식 식사법을 한식에 도입해도 좋은 것 같아요. 나물이나 샐러드를 먼저 먹고, 나중에 일품요리를 먹으면 과식을 안 하게 됩니다. 또 프랑스에서는 달콤한 타르트가 아니라 식사용 타르트(소금 간이 된)도 굽는데요. 말하자면 오븐에 구은 빈대떡이라고 할까요? 그 응용버전도 만들어보면 좋을 듯 합니다. 타르트 틀에 타르트 반죽을 깔고, 그 위에 가늘게 채썬 야채를 담고, 베샤멜 소스(녹은 버터에 밀가루를 볶은 후 우유를 넣고 소금, 후추로 간한 걸죽한 소스)나 밀가루+달걀+우유 혼합물로 야채 사이를 채워 굽습니다. (저는 탄수화물을 줄이기 위해 타르트 반죽을 쓰지 않고, 종이호일을 깔고 바로 야채범벅을 부어 야채전처럼 만듭니다.) 감자와 호박에다가  여러 야채를 깍뚝 썰어 푹~~ 끓인 후 믹서에 갈아 생크림을 치고 소금, 후추로 간해서 먹는 ‘벨루테’(매끄럽다는 뜻의 불어로, 알갱이가 없는 스프를 말합니다)도 추천할 만합니다. 한 냄비 끓여서 아침에 한 접시 먹으면 시리얼이 필요 없는 든든한 한끼 식사가 됩니다.

8. 재은님에게 집밥이란 어떤 존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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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러미로 온 버터넛 호박 속을 파서 현미밥을 깔고 그 위에 양파, 호박속, 다진 쇠고기를 간장양념에 볶아 채우고 생율을 박아 종이호일에 싸서 오븐에 1시간 구은 후 마지막에 파슬리와 파르메산 치즈로 그라탱한 가을요리. 프랑스 친구와 중국 친구를 초대해 함께 먹었죠.

나에게 집밥은 숨쉬기 운동이다. 생물체가 살기 위해선 항상 숨을 쉬어야 하지만, 숨쉬기를 운동으로 하면 몸이 더 건강해지죠. 천천히, 복식호흡을 하면 몸 구석구석까지 산소와 영양소가 더 잘 도달하면서, 몸에 쌓인 긴장도 풀리고요. 외국 생활과 공부에서 받는 긴장은 직장 생활을 하던 때 못지않게 강도가 높습니다. 집밥을 하고 먹는 시간은 제가 저를 대접하는 시간이니까, 긴장을 풀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하려고 합니다.

9. 어렵지만 집밥을 시작해보겠다는 초보들에게 마지막으로 어드바이스를 부탁드려요.

장보기 요령에 대해 일러드릴께요. 주말에만 요리할 분들은 그날 만들 요리에 꼭 필요한 재료만 사서 재료를 남기지 않게 요리를 합니다. 차라리 한두 그릇 더 만들어서 냉장이나 냉동했다가 갑자기 집밥이 생각나는 평일에 먹어도 좋고요. 매일 집밥을 해먹을 상황이 되고 의지가 있는 분들이라면 시장을 볼 때 양파, 마늘, 대파, 고기 반 근, 두부 한 모 같은 기본재료를 산 다음에 재철 야채나 생선 한두 가지 정도 사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기본 장류를 잘 구비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구운 소금, 국산 참기름과 들기름(방앗간이나 생협, 아니면 생산자 통신 판매), 좋은 된장, 고추장 등이 있으면 좋죠. 올리브유는 유리병 제품을 권합니다.

또 요즘 요리 프로그램이 많은데, 즐겨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저는 유치원 때부터 TV 요리 프로그램을 즐겨 봤어요. 나오는 요리들을 전부 따라해보진 않지만, 요리의 기초가 되는 다양한 팁을 그런 식으로 배웠죠. 요리 프로그램이나 재료 손질법 동영상 등을 보면서, 요리 순서만 보지 말고, 도구들을 사용하는 방법을 유심히 보세요. 칼질을 정확하게 한다거나, 재료에 따라 불의 세기를 달리 하는 법 등을 익혀 두면 어떤 요리를 해도 자신감이 붙습니다. (일본 요리영화들이 클로즈업으로 이런 기법들을 자세히 보여주죠. 저는 화면이 뚫어져라 유심히 봅니다. ㅎㅎ)

마지막으로, 엄마든, 친구든 다른 사람이 한 요리가 맛이 있으면, 맛있다고 칭찬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떻게 만들었냐고 물어보세요. 대화거리도 풍부해지고, 또 요리도 배울 수 있으니까요. ^^ 먹기만 하면서 칭찬도 안 하고, 다음에도 맛있는 거 해달라고만 하는 사람들은 솔직히 얄밉습니다. 그런 사람에겐 다시 밥을 해주지 않게 되더라고요. 맛있는 걸 먹을 때마다 만든 이에게 감사와 즐거움을 표하는 일,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팁이에요!

길고 정성스러운 답변, 감사드립니다! 저도 마지막에 간을 하는 버릇을 들여서 되도록 저염으로 먹어보려고요. (from 편집부)

집밥인서울-2편 청침님 “나에게 집밥이란 기억이고 추억이다”

1. 간단한 소개 부탁 드립니다.

‘먹는 행위의 숭고함’을 믿으며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고, 그것을 기록하는 일을 즐기는 사람, 노동자, 아내이자 개엄마 입니다. 서촌의 작은 한옥에서 잘생긴 멍멍이와 더 잘생긴 신랑과 거주하고 있습니다. ‘나는 나이며, 나는 괜찮다’를 삶의 나침반으로 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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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pillow 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청침 나윤희님.통번역사이자 번역자로 일하며 든든한 신랑과 반려견 살바토레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2. 집밥 라이프를 시작하게 특별한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조금 우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어려서부터 음식을 만드는 , 먹는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집에 놀러 친구를 위해 맑은 기름을 붓고 감자를 튀겨줬던 일이 친구에게는 진한 기억으로 남았나 봅니다. 하는 어머니를 대신해 간단한 장보기를 시작했던 것도 때쯤이었을 거에요. 식사를 준비하는 어머니의 손은 빨랐고 식탁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차려졌어요. 집안 가득 고소한 냄새를 풍기던 탕수육, 밀가루를 입혀 종이를 덥고 구워주시던 임연수, 어디선가 구해오신 종균으로 직접 만들어 꿀을 섞어 주셨던 요거트, 베란다 화분에 키우던 케일을 따서 먹었던 . 저에게 집밥은 자연스럽게 엄마에 대한 기억 그리고 추억으로 연결됩니다. 음식은 같이 하는 , 나누는 것이었고 그게 좋았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저도 그렇게 했어요. ,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에 친구 집에 가면 수업 중에 배운 것들을 주었지요. 스콘을 처음 구워봤어요. 졸업을 하고 자취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집밥 라이프가 시작되지요. 뜬금없는 메뉴들을 시도했던 같아요. 한참 친구들과 만화책초밥왕 읽을 때는 수산시장에 가서 생선을 사다가 엉터리 초밥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김말이 튀김이 너무 먹고 싶어서 기어이 당면을 사다가 말고 튀긴다거나, 시어머니 생신상에나 해서 올릴 같은 소고기 찹쌀 전병 말이 같은 것이요.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빠듯해진 삶을 살면서 집밥의 즐거움을 포기한 때도 있었습니다. ‘레토르트 시대였죠. 사회생활을 시작한 친구들은 지리적으로 멀어지고 각자의 자리를 찾느라 바쁠 때였고 1상을 차리는 먹는 것보다 버려지는 것이 많았죠. 레트로트 식품에 딸려오는 플라스틱 숟가락이 기부라도 해야 정도로 쌓여갈 깨달았어요. 이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그리고 다시 집에서 밥을 하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먹으며 서로 지내는 이야기를 나눌 있는 기회가 생겼죠.

식구가 생긴 지금도 있는 자주 집밥을 먹으려고 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노골적으로 달고, 짜고, 매운 식당 음식을 어쩔 없이 많이 먹게 되잖아요. 아직 실력이랄 것도 없는 단계이지만 그래도 저는 장을 보고, 재료를 직접 손질하고, 음식을 만들고, 함께 먹는 일이 즐겁습니다.  

3. 나만의 집밥 특성을 간략하게 설명해주신다면요?

제가 사먹고, 만들어 먹는 음식을 온라인상에 기록( foodweate.com )해두고 있는데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잠깐 그간의 기록을 살펴봤는데 역시나 하나로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무엇 하나를 고집하지 않는 것이 아마도 가장 가까운 설명이 같습니다. 신랑이 열심히 올린 음식 사진을 보고 지인께서동서양, 남반구 북반구를 뛰어넘는 메뉴라고 했던 말도 기억에 남고. 둘이 살아도 매일 집밥을 먹는 일정이 허락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냉장고에서 오래 자리를 차지하다 버려지는 밑반찬은 선호하지 않지요. 찌개면 찌개, 요리면 요리, 하나의 메뉴를 골라 만들어 먹는 좋아요. 그런데 때로는 번거로운 것들을 하느라 사서 고생을 하기도 합니다. 바람이 불면 말린 시래기를 주문해 직접 삶는다거나, 여름이 되면 보리수 잼을 만든다고 밤을 새기도 하고, 김장을 하고 날에는 돼지고기를 삶아 같이 먹어야 하고 지난 설에는 가족끼리 둘러 앉아 만두를 빚고 싶어서 재료를 준비해 가서 오히려 시어머니를 귀찮게 해드렸네요.

요리 하나 밥상이 가장 이상적!

요리 하나 밥상이 가장 이상적!

4. 청침님은 호주에서 유학 생활을 하셨다고 알고 있어요. 해외에서의 체험이 식생활에 미친 영향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중학교 처음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단출한 서양식 식단에 조금 충격을 받았어요. 기숙사 음식이니까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비 소스와 매시 포테이토, 닭다리 개가달랑올라간 저녁 식사는 떠나 엄마밥, 집밥이 그리운 유학생에게 턱없이 모자랐지요. 그런데 지금 식사를 준비하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얼마나 건강하고 효율적인 식단이었나 깨닫게 됩니다. 점심으로 콘비프나 , 치즈 등을 넣어 먹는 간단한 샌드위치와 과일, 접시 파스타, 손질이랄 것도 없이 오븐에 넣어 구운 날개 같은 것들이요. 호주가 워낙 다문화 국가이다 보니 어려서부터 다양한 음식에 노출되었어요. 딱히 호주 음식으로 정의할 있는 음식은 많지 않지만 세계 각국의 음식을 다양하게 즐길 있는 곳이 시드니에요. 그래서 그런지 다양한 음식에 도전하는걸 두려워하지 않아요. 이전에 비하면 서울에서 구할 있는 식재료가 정말 많아졌기 때문에 레시피북을 보면서 시도해 있는 메뉴도 많아졌습니다.

5. 푸베와조반이라는 해시태그가 기억에 남습니다. 푸베와조반을 시작하게 이유라도 있는지요?

아침을 챙겨 먹어야지!” 믿는 사람이 전혀 아닙니다. 그리고 아침이 국과 밥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제가조반 챙겨먹기 시작한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2 보호소에서 유기견을 입양했어요. 그야말로 삶이 바뀌는 사건이었죠. 오래 고민을 하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현실이 되고 나니 정말 부담이 일이었어요. 새끼 버려진 개는 분리불안이 심했지요. 믹스견인데다 부모견을 적이 없으니 얼마나 클 지 장담할 없다던 개는 하루에 600~800그램씩 컸어요. 힘은 배로 자랐고, 구석 구석을 파괴하기 시작했지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집은 매일 매일 엉망이었고 옷을 갈아 입을 새도 없이 치우기 바빴습니다. 세시간이 걸려서야 정돈이 되었고 그러면 저녁 산책을 시켜야 했어요. 저녁 먹을 시간이 없었지요. 앉지도 못하고 시간에 쫓기며 주방에 서서 요기를 하면서 힘들고 조금 서글펐습니다. 위로가 필요했고 보상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아침을 먹자!라고 결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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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작은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푸베와조반

하루에 끼라도 집에서 차린 집밥이 먹어 싶었습니다. 사실푸베와조반 등장한 메뉴를 보면 대부분 차린다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간단한 메뉴들이었어요. 아침부터 라면이 등장하기도 하고 밥과 가지 , 씨리얼과 토스트, 계절 과일, 그리고 애정 하는 식재료 달걀을 이용한 간단한 먹거리들이 주를 이루네요. 거창하지 않아도 하루를 보낼 있는 힘을 비축하는 제게는 의식 같은 식사였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삶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의식을 인스타그램에  #푸베와조반 이라는 해시태그로 아카이빙했고 지켜보는 분들이 다음 메뉴를 궁금해하거나 집밥 아이디어를 얻어가기도 해서 밥을 챙기는 과정이 조금 즐거워지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170 정도의 사진이 모였는데 멍멍이와의 동거가 안정기로 접어든 요즘도 종종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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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달걀요리는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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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보카도 토스트와 살바토레

6. 얼마 결혼하셨죠. 결혼이 미친 식생활의 변화도 있을 거 같아요.   사람의 식성 차이가 미친 집밥의 변화랄까 이런 부분도 있을 거 같고요.

. 벌써 9개월차네요. 보통 그렇다고들 하는데 결혼을 하고 나면 일단 전보다 많이 먹게 되는 같아요.  먹일 배가 개가 되고, 각자의 배꼽시계가 따로 가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도 같을 수는 없으니 먹을 기회가 자꾸 늘어났다고 해야 할까요? 혼자 때는 주말에 늦잠 자고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으면 저녁이 되어서야 먹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는데, 둘이 되고 보니 같이 사는식구 배꼽시계는 보다 바지런하더라고요. 이전보다 자주 차려야 하니 설거지 일이 됩니다. 그래서 주중에는 최대한간단히’, 주말에도 있으면 가지 메뉴에만 집중해서차리려고 해요. 저는 반찬, , 찌개, 밥이 있는 한식을 고집하지 않다 보니 동안 김치가 상에 올라오지 않을 때도 많은데 한번은 신랑이김치 먹고 싶어요라고 해서 웃었습니다. 게다가 연애 본인도 국을 별로 좋아한다고 했던 것과는 달리, 알고 보니 없으면 먹는 전형적인 한국 입맛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자주는 아니지만 이제는 국도 끓이고 (국은 조금 끓이면 정말 맛이 나고 많이 끓이면 3 같은 국을 먹거나 버려야 하기 때문에 4 가정이 아닌 이상 효율적인 메뉴가 아닌 같아요) 보글 보글 찌개도 끓여먹습니다. 

7. 요리 관련 아끼는 도구나 애착 가는 물건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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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디자인도 예쁜 일본제 칼을 애용합니다.

요리하면 일단 칼이죠! 대학생 자취 시작하면서부터 쓰고 있는 브랜드의 칼이 있어요. ‘Global’이라는 브랜드인데 일본칼이에요. 무겁지도 않고 디자인도 세련되고 해서 골랐던 칼인데 최근 보니 젊은 셰프들이 사용하는 칼로 자주 소개되더라고요. 외에도 그간 사용해온 서너 정도 같이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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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달걀을 전자레인지로 뚝딱 만들어주는 꼬꼬찜기

달걀은 제가 정말 애정하는 식재료입니다. 한옥으로 이사오면서 혼자 개를 키우기에는 같이 있어줄 시간이 부족하고, 고양이는 매력을 미처 몰랐을 친구가 농담으로 닭을 키워보라고 제안했는데 정말 진지하게 도심 양계에 대해 고민했던 시기도 있었죠. 달걀은 다양한 방식으로 요리할 있는데 가장 기본인 삶은 달걀을 간편하게 만들어 주는꼬꼬찜기  번째 머스트 해브 도구 입니다. 2구짜리 가스레인지로 음식을 하다 보면 동시에 전자레인지를 사용해 달걀을 삶을 있다는 얼마나 효율적인 일인지 있죠. 본인이 좋아하는 익힘 정도의 시간을 찾아내고 나면 매번 동일하게 아름다운 삶은 달걀을 먹을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8. 나에게 집밥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나에게 집밥이란 기억이고 추억이다. 음식을 만들면서 내게 쌓이는 기억들 그리고 같이 먹는 사람들에게 쌓이는 추억들, 그것이 집밥입니다.  

9. 마지막으로 지금 당장 집밥을 시작해보려는 음식 초보들에게 작은 어드바이스나 팁을 주신다면?

지금 계절에 맛이 가장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요리부터 시작해 보세요. 요즘은 배를 타고 싸고 예쁜 식재료들이 사계절 풍부하기 때문에 딱히 제철 재료라는 말이 무색하지만 맛의 정도는 확실히 다릅니다. 최근 일본 가정식 요리 클래스에 갔었는데제일 재료를 사세요. 그게 시기에 제일 많이 나는 제철 재료에요라고 쉽게 가르쳐주시는 선생님 센스가 돋보였습니다. 조만간 아오리 사과가 나오기 시작하면 저는 치즈를 얹어 아침 식사로 먹을 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리고 블로그나 SNS 음식 사진을 올릴 때는 본인 음식을 표현할 있는 제목을 짓고 태그를 달아보세요. 시리즈로 엮다 보면 내가 하는 집밥 스타일을 잡아가는데 도움이 거에요. 제가 인스타그램에서 요즘 여겨 보고 있는 태그는 단정하고 아름다운 샐러드를 올리는 #톨콩식 그리고 7개월차 새댁의 발전하는 식탁 #집과식사 입니다.

정성스러운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review] 도쿄 일인생활 여름

트위터에는 능력자님들이 많지만, 그중의 한명 오토나(@otonacool)님은 그 중에서도 발군이었습니다. 매일 끼니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분이었지요. 자랑삼아 요리를 만들어 트위터에 올리는 다른 어떤 이들과도 달랐습니다. 매일 매일 업로드되는 사진을 보면서 “어, 저 음식 맛있겠다!”에서 “어떻게 매일 저렇게 정갈하게 매끼를 해먹을까?”로 제 관심사도 이전했습니다. 음식에서 사람으로 호기심이 넓혀졌달까요. 게다가 패션회사에 다니는 오토나님의 데일리 패션도 늘 호기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집밥 인 뉴욕>의 후속 책으로 모시고 싶었던 저자 1순위였던 오토나님께 연락을 드린 건, 그러니 당연한 수순이었지요.

당시 오토나님은 “런던에 있는 애인에게 줄 간단한 레시피북을 준비중”이라고 말씀하셨고, 회사와 집을 오가는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내가 단행본 한 권 분량의 책을 과연 쓸 수 있는지 자신이 없다고 거절하셨습니다. 저는 일단 만들고 있는 레시피북을 완성하고 다시 말씀 나누자고만 했고요. 그리고 몇 주 후, 오토나님이 ‘작은 간단한 레시피북’이라고만 부른 책의 실물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와 이건, 그냥 작고 간단한 레시피북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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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디가 작고 간단한 레시피북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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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초절임을 이용한 간단 반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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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뒷모습은 언제나 감동입니다

‘과하지 않은 예산으로 해산물과 야채들을 많이 먹을 수 있도록, 그리고 고기도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무엇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요리가 익숙치 않은 사람이 지치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렇게 시작했던 것처럼’  – <됴코 그리고 부엌> 중 

서문 격인 ‘도쿄 그리고 부엌’에는 그가 어떤 마음으로 요리를 시작했는지 잘 드러납니다. 단지 끼니를 때운다가 아니라, “현실에서 잘 버티면서 요리를 시작하고 그러면서 맛에 대한 기대와 그것을 만들어 내는 본인의 기특함을 즐기는” 마음으로 요리를 한다는 것.  그리고 이 책을 만들게 된 이유도 드러납니다. 바로 유학 중인 사랑하는 사람에게, 요리에 서툰 그에게 “이 책을 보며 요리를 할 때 나를 떠올려 달라”는 마음인 거죠.  그러니까 이 책의 수신자는 노골적으로 분명합니다(^^). 그 한 명 덕분에 우리는 꽤나 탐나고, 따라해보고 싶은 요리 레시피를 나눌 수 있게 되었으니, 그분께 감사의 마음마저 듭니다.

기본 도구들과 소스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아침-점심-저녁 메뉴가 소개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식 조식(역시 일본의 생선은 전갱이지요! 생선구이와 미소시루와 츠게모노가 있는), 팬케이크, 그리고 히야시우동과 이카야키, 소면, 연어 남반쓰케 정식과 돼지고기 파 조림 구이… 말만 들어도 군침 넘어가는 메뉴들이 소개됩니다. 가짓수는 많지 않습니다만 응용버전은 충분합니다. 그 중에서도 제가 꼭 따라 해보고 싶은 요리는 닭고기 소금구이!

무엇보다 제가 가장 감동받았던 부분은 바로 ‘장보기’ 페이지입니다. “장보기를 즐겨라. 그러면 요리할 때 도움이 될 터이니! ” 확실히 요리를 즐기는 이들은 어딜 가거나 시장 혹은 슈퍼 구경을 즐깁니다. 만들진 않아도 색다른 소스들도 집어들고 보고 용도를 짐작합니다. 오토나님은 사지 않더라도 근처의 슈퍼를 자주 들러 야채들이나 재료들의 가격을 외워 두면 절약형 일인요리가 될 거라고 일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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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고기 한점, 파 한톨이라도 알뜰하게!

그리고 장보기 만큼이나 중요한 이것! 사실, 이 페이지를 읽고 꼭 리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지요. 바로 ‘손질과 보관’입니다. 제가 살짝 요약 정리해드리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한끼에 먹을 양을 정하고 그 양에 맞춰 소분할 것.
  2. 고기는 핏물을 빼고 필요하다면 밑간 후 랩으로 포장할 것
  3. 생선은 넓게 펼쳐서 소금을 뿌려 역시 랩으로 싸 냉동할 것
  4. 야채는 냉동 지퍼백에 편편하게 담아 보관할 것

별 거 아니라고요? 그렇게 말하는 분은 요리를 잘하시거나 아니면 아예 안해본 분일 거예요.  책 아래 하단부 사진을 보고 전 ‘마지막 고기 한 점, 마지막 파 한 톨’이라도 소중하게 먹어야 한다는 마음을 읽고 기분이 숙연해졌습니다.  그리고 이 책이 ‘여름’으로만 끝나버리는 건 너무 아쉽다고 다시 되새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감히 제안하고 싶습니다. <도쿄일인생활 사계>편을 내야만 한다고요.

얇지만 풍성한 이 책 <도쿄일인생활>은 유어마인드 www.your-mind-.com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1차는 솔드아웃 되어 다시 입고일을 기다리고 있으니, 장바구니에 꼭 챙겨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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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인 뉴욕> 저자이자 푸디인 천현주씨와 얘길 나누다가 알게 된 LA의 인기 레스토랑Night_Market Song( http://www.nightmarketsong.com/)

뉴욕에서 영화를 전공한 젊은 셰프가 영화일을 관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차린 스트리트 푸드 중심의 타이 레스토랑으로 이름부터도 야시장. 요즘 이런 식으로 아시안이나 멕시칸 푸드를 접목시킨 스트리트 푸드 스타일이 대인기라고 한다. Night_Market Song의 셰프 크리스 예반룸은 특히 요즘 ‘제 2의 데이비드 장(모모푸쿠 바)’으로 불릴 정도이며, 재작년 무렵 엄청 난 인기를 끌었던 타코 트럭으로 대박을 친 로이 최 셰프 역시 지금도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쉽고 빠르게 조리한 아시안 특유의 재료나 소스가 첨가된 음식들은 한식 베이스와도 잘 어울린다. 어쩌면 미래 아니 현재도, 우리 젊은 세대의 집밥은 이렇게 국경을 넘어선, 범아시아 적인 것들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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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Night + Market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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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인서울- 1편 혜원님(@appetite_) “집밥은 나에게 자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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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인 서울의 첫 주자는 트위터 아이디 @appetite_를 쓰는 혜원님.

1.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삼선교 근처 작고 아늑한 방에서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고 있는 베테랑 월세 생활자입니다. 동네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사람들 챙기기랑 오지랖 부리는 것을 좋아해 동네 친구들 사이에서는 자칭/타칭 ‘동네 유지’라고 불립니다. 풀, 나무, 꽃, 작고 예쁜 것, 그리고 낡고 오래된 것들을 아끼고 좋아해요.

2. 집밥 라이프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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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우울하고 힘들 때, 시간과 공을 들여 먹을 것을 만들고 혼자서 야무지게 먹는 일이 내가 곧 나를 살리는 일”이었다.

  대학생 때부터 자취를 시작해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기 때문에 처음엔 누구나 다 그렇듯 ‘사먹는 밥 너무 지겨워, 돈도 많이 들고…’ 같은 이유로 밥을 해먹기 시작했어요. 손 크고 정 많은 엄마의 영향으로 맛있는 것 만들어 남에게 대접하기도 유독 좋아했고요. 처음엔 인터넷의 레시피를 검색해 따라하면 제법 먹을 만한 것이 된다는 게 신기해서 이것저것 따라 만들기에 재미를 붙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특별히 ‘집밥’ 이란 개념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냥 너무 당연한 거였으니까. ‘엄마가 해주는 밥이 없으니 이제 내가 해먹는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여자 넷이 모여 살아서 서로 집에서 부쳐준 밑반찬에 찌개나 밥 정도 지어다가 나누어 먹고, 닭도리탕이나 고등어조림 같은 것을 잔뜩 해서 친구들 불러다가 같이 먹기도 하고요.

  ‘집에서 밥을 한다’는 행위 자체를 특별하게 여기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것 같아요. 한참 마음이 많이 괴롭고 아픈 시기가 있었는데, 얼마나 많이 힘들었느냐면 날마다 아침이 오는 것이 고통스럽고 잠 잘 때에만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정도로. 삶의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모든 행위들이 버겁고 괴롭게 느껴졌고,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조차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으면 힘들었어요.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 아주 밑바닥에서부터 모래알처럼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는 느낌. 정말 절박한 심정으로 쌀을 씻고 밥을 안치고… 내가 나를 먹여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 현경 선생님의 책에서 ‘살림’ 이라는 말이 말 그대로 ‘살리는 일’ 이라고 쓴 글을 봤는데, 그걸 그제서야 실감하게 되었어요. 많이 우울했던 때였는데 먹고 싶은 것을 떠올리고, 시간과 공을 들여 그것을 천천히 만들고, 혼자서 야무지게 먹고, ‘맛있다’ 고 생각하는 이 모든 과정 자체가 저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이었거든요. 지금은 상황이 많이 좋아져서 예전만큼 강박적으로 집밥에 매달리지는 않지만요. ^^ 아직도 일 마치고 돌아와 온기 없는 방을 덥혀주던 밥 냄새, 보리차 냄새를 잊지 않고 있어요.

3. 집밥을 차려 먹을 때 @appetit님만의 특징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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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만들어 먹기 간편하고, 치우기도 쉬운 한그릇 요리를 선호한다.

 간단하게 한 끼 먹을 수 있는 일품요리를 좋아해요. 혼자 사는 것이 오래 되다보니 밑반찬을 여러 가지 만들고, 밥을 짓고, 거기에 국이나 찌개까지 곁들여야 하는 한식 상차림이 좀 버거워서 자연스럽게 가벼운 끼니들을 선호하게 된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나라의 음식들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구요. 여행을 좋아해서 특히 인도나 태국, 동남아쪽에 많이 다녀왔는데 여행 갈 때마다 그 나라 음식에 흠뻑 빠져오곤 했어요. 여행 가서도 현지의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는 타입이라 요리를 대접받거나 만들어줄 기회도 많았고, 그 나라 식재료 구경도 좋아해서 시장에도 자주 다니곤 했죠. 그런데 막상 한국에 돌아와 이런 음식들을 먹으려고 보면 값이 너무 비싼 거에요. 우리나라와는 식재료가 많이 달라 어렵게 느껴질 뿐이지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데도. 그런 요리들을 직접 집에서 만들어보니 값도 훨씬 싸고 맛도 현지에서 먹었던 맛 그대로여서 정말 행복했어요. 똠얌꿍이나 팟타이, 쏨땀 같은 태국 요리들, 그리고 이름이 낯선 요리들의 레시피를 찾아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직접 만들어 맛보는 것을 좋아해요.

4. 보통 장은 얼마에 한 번 보나요? 애용하는 장보는 장소 혹은 장 볼 때의 노하우는?

  꼭 필요한 재료들이 떨어질 때마다 장을 보곤 해요. 삼선교 일대에서 꽤 오래 자취하다 보니 동네 골목골목 단골 가게들이 좀 생겼어요. 다만 혼자 사는 사람에겐 시장 할머니들의 인심이 부담스러울 때가 꽤 있어서, 그럴 때만 동네 체인점 마트를 이용해요. 야채 같은 경우엔 적은 양을 사기가 어려운데 이럴 땐 동네 친구에게 연락해서 필요한 야채가 있으면 서로 나누어 먹기로 약속했어요. 혼자 사는 사람들의 노하우랄까!

 먹고 싶은 게 딱 떠오르면 꼭 해먹어야 하는 성격이라 장볼 때마다 재료가 달라지곤 하지만 대신 한번 장을 보면 남는 재료를 가지고 여러 조합으로 요리를 해서 알뜰하게 먹으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명란젓을 샀다면 그걸 가지고 크림 파스타, 오일 파스타, 명란 구이, 명란찌개, 명란 두부덮밥, 명란 계란말이를 만들어 먹는 식으로.

텃밭

작은 텃밭에 좋아하는 야채를 길러보세요!

 

2년 전부턴 동네 골목길 화분과 직장의 작은 텃밭에 좋아하는 야채를 직접 길러서 웬만한 건 직접 기른 야채를뜯어 요리를 해요. 고수나 루꼴라, 바질처럼 구하기 어렵고 귀한 야채를 직접 길러 먹는 재미가 정말 쏠쏠해요. 토마토나 고추, 가지, 상추 같은 애들은 튼튼해서 심어 기르기도 쉽고 수확도 넉넉하기 때문에 모두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봄에 심어 날마다 애지중지 돌보아 열매가 탐스럽게 열리면 그게 그렇게 즐겁고 기쁘더라구요. 그걸 직접 따다가 요리하는 재미는 또 어떻구요! 봄만 되면 올해는 뭐 심을까 뭐 해먹을까 궁리하는 기쁨이라니… 내가 먹는 것이 진짜로 어떻게 생겼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에요. 다들 먹는 부분만 눈으로 보아 알고 있을 뿐이지 잎이나 뿌리, 열매나 꽃이 어떤지는 잘 모르잖아요. ‘아, 이래서 다들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거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어요.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기쁘고 잘한 일 중 하나에요, 텃밭!

5. 평소 냉장고에 빠지지 않고 두는 식재료가 있다면?

  맥주… 라고 말하고 싶지만. 흐흐. 딱히 엄청 아끼는 식재료는 없지만 오래 두어도 쉽게 상하지 않고 은근히 잘 먹는 것으로 올리브, 할라피뇨는 꼭 채워두는 편이에요. 오일 파스타를 좋아하는데 냉장고의 야채를 털어 파스타를 만들 때 이 두 가지가 있으면 입맛대로 훨씬 더 맛있게 만들어 먹을 수 있거든요.

6. 요리 관련 아끼는 도구나 애착 가는 물건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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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도 고급진 주방용품 하나쯤은 있어도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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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에서 구해온 작은 그릇, 소품들.

제가 이때껏 요리를 시작하고 나서 산 물건들 중 가장 비싼 도구인 르크루제 냄비 두 개를 꼽고 싶네요. 라면을 끓여도 빛이 나는 냄비… 직장 동료들 따라서 백화점 구경을 갔다가 세일을 엄청 하길래 충동적으로 산 건데, 매장 직원이 “어머, 신혼이신가봐요.” 하고 말해서 얼떨떨하게 웃었던 기억이… ‘혼자 살아도 비싸고 좋은 주방 살림 쓸 수 있어!’ 하고 속으로 되뇌었어요. 그 외에도 아름다운 가게나 여행 다니면서 사모은 그릇과 접시들도 애지중지 아끼고 있답니다.

7. 늘 예쁘게 차려 먹는데, 그 비결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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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더라도 정갈하게! 나 자신에게 대접하는 마음으로 예쁘게 차려 먹기.

 대부분의 끼니를 혼자 먹기 때문에, 한 끼를 먹더라도 우아하게 예쁘게 먹겠다는 스스로의 다짐 같은 것이 있어요. 혼자 먹는다고 대충 먹고 떼우자 이런 거 정말 싫어요. 숟가락 젓가락 하나를 놓더라도 끝을 나란히 맞추어 놓는 그런 다짐 같은 것. 요리를 해서 사진을 올리면 다들 예쁘다고 칭찬 많이 해주시는데, 사실 숨겨진 노력이 있답니다. 하다못해 국수를 끓이고 고명으로 파 하나를 얹더라도 대충 얹지 않아요. 여기저기서 알뜰하게 사모은 예쁜 그릇들도 그렇고, 그릇들의 모양이나 전체적인 차림새, 위치와 색감이라던가 심지어는 요리를 그릇에 담아낼 때의 담음새까지 신경 쓰는 편이에요. 가끔씩 차림새와 어울리는 작은 소품 같은 것들도 살짝 배치하기도 하구요. 일본식 요리라던가 한식, 파스타 같은 양식을 먹을 때 각각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그릇들이 다 따로 있어요. 엄청 비싼 그릇들은 전혀 아니지만, 아름다운 가게에서 천원, 이천원 주고 사거나 여행 다닐 때에 사모은 그릇들이에요. 요리를 하고 나서는 그릇 욕심도 꽤 많이 생겼거든요.

8. 뚝딱 만들어먹을 수 있는 나만의 초간단 레서피를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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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있는 온갖 야채를 싹쓸이! 원팬파스타는 맛도 좋고 냉장고 정리용으로도 그만이다.

역시 원팬 파스타! 마샤 스튜어트의 레시피를 보고 처음 따라해 본 이후로 틈만 나면 해먹는 단골 요리가 되었어요. 저는 그때그때 있는 재료를 다 넣어 만드는 편인데, 바질을 기르고 있기 때문에 생 바질잎은 늘 빼먹지 않고 꼭 넣는답니다. 만드는 방법은 엄청 쉬워요. 모든 재료를 팬에 넣고, 물을 붓고, 끓이면 끝! 여기에 건고추나 할라피뇨를 조금 썰어 넣으면 얼큰하고 매콤해 해장 메뉴로도 딱이랍니다.

9. 집밥은 00이다 라고 정의를 내려주신다면?

나에게 집밥은 자존감이다. 내가 나를 ‘스스로’ ‘잘’ 먹여 살리고 있다는 나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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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은 곧 나를 살리는 행위다. 집밥은 그렇게 나의 자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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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인뉴욕]을 만들면서 집밥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SNS를 보면 삼시세끼를 소홀히 하지 않는 멋진 분들이 특히 많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그분들이 집밥을 챙기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그들만의 집밥 노하우와 집밥철학에 대해서두요. 그래서 이렇게 작은 연재를 시작합니다. 이름하여 [집밥인서울]입니다.

그놈의 과카몰리

지난 주에 SNS상에서 가장 뜨거웠던 요리를 꼽으라면 뭐였을까요? 평양냉면? 역시 여름이니까 치맥? 아닙니다. 바로, 과.카.몰.리였습니다! ^^ 아시다시피 과콰몰리는 잘 익은 아보카도, 양파, 레몬, 필요에 따라 약간의 고수잎을 넣어 으깨 갈아서 나초에 곁들여 먹는 상큼한 찍어먹는 소스죠.
근데 과콰몰리에 무슨 일이?

발단은 뉴욕타임스였습니다.  과콰콜리에 완두콩을 넣은 레시피를 선보였는데, 이게 엄청난 반응을 얻게 됩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냉면에 미지근한 육수를 넣으면 더 맛있다고?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이런 수준의 공분을 사게된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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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대통령도 가세합니다. 미국 전 주의 동성혼 합법화를 추진하고, 오바마케어를 통과시키는 등 “내 사전에 오리궁뎅이는 없다!”라는 엄청난 기세로 레임덕이 뭐야?를 시전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거들고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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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 “니 의견은 존중하지만, 과콰몰리는 역시 클래식 버전 아니겠나.”

심지어,  젭 부시(부시 전 대통령)도 나섭니다. (과콰몰리로 민주당과 공화당도 대동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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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틀랜틱> 매거진에서는 “아, 시끄럽고~ 내가 니 말대로 한번 만들어봤거든?” 기사가 나옵니다.

결론은 강낭콩을 넣어 만든 과콰몰리가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고 하네요. 시식을 해본 에디터의 남친의 말을 빌자면 ” 맥너겟이냐 치킨 윙이냐” 정도라는 거죠.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그렇게 분개했던 걸까요? 애틀랜틱 매거진의 기사 내용은 그렇습니다. 과콰몰리는 멕시코 음식 붐을 타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대중적 음식이고, 가장 캐주얼한 파티 음식 중 하나이며 아마추어 누구라도 만들 수 있는 음식, 그게 과카몰리의 정체성이라는 거죠. 그 자체로 완벽한 음식이라 여기고 있는 우리에게 음식전문가라는 사람이 굳이 신선한 봄야채를 더하라고 조언을 한다는 건,  “니넨 지금 칼로리 높은 과일에다가 튀긴 옥수수 스낵을 먹으면서 그걸 지금 건강식이라고 부르고 있는 거니? 응 그런 거니?”라며 지적질하는 거와 다름 없다는 거였죠.

그랬거나 말거나 세상에 과콰몰리를 두고 대통령까지 신경 쓰는 이런 논쟁, 참 재미있지 않습니까? 우리에게도 사실 떡복이가 있는데 말이죠. 떡볶이는 역시 밀떡이냐 쌀떡이냐 그런 걸로 시끌시끌하는 태평성대를 누려보고도 싶지만, 싶지만………….. 여기까지입니다.

홍대앞 소셜 다이너

우리는 모여서 밥 먹는다

Social Diners around Hongdae Area: We Eat to Socialize

집밥은 뭘까? 집에서 만든 밥? 집에서 먹는 밥? 어머니 손맛이 느껴지는 한식? 건강 먹거리? 각각 정의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점을 추려 보면 답이 나온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건강밥상이란 점이다. 여기, 각기 다른 이유로 모여서 ‘집밥’을 먹는 홍대앞 사람들을 만나보았다.

Photographer 성종윤(Living Room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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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집밥이 한자리에
브이맨션 장지혜

스페인에서 건너온 신선한 하몽이 들어간 스페니시 오믈렛, 계란과 양파, 후추만으로 만든 ‘맛이 크리에이티브’한 태국 다낭의 요리, 몽골의 양갈비, 그리고 비지찌개. 세계 각지의 집밥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식탁이 있다. 바로 브이맨션의 식탁이다.
2년째 홍대앞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장지혜 대표는 한 달에 한 번 ‘집밥 모임’을 연다. 사실 말이 한 달에 한 번이지 이곳의 집밥 모임은 수시로 열린다. 게스트하우스 인근에 살고 있는 아티스트, 방송작가, 회사원 등 다양한 직군의 싱글들이 모여 밥상을 차릴 때도 있지만 게스트하우스에 묶고 있는 세계 각지에서 온 외국인이 호스트가 되어 자기 나라의 집밥을 선보일 때도 많다.
“여기가 기본적으로 여행자 숙소잖아요. 여행자들이 홍대앞을 자기들 동네처럼, 집처럼 즐길 수 있도록 문화행사를 많이 하는데 밥처럼 좋은 게 없는 거예요.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또 자신들이 여행했던 이야기도 하고. 그걸 통해서 관광책자나 사이트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그 나라 사람들이 사는 스타일, 그 나라의 골목길, 거기에 있는 내가 가는 아지트 등을 교류할 수 있어요.”
외국에서 온 여행객도 밥상을 통해 서울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 서울에 사는 사람이 아니면 모를 수밖에 없는 정보를 알고, 그 덕에 일반 관광객은 느끼지 못하는 서울의 남다른 매력을 느끼며 여행한다. 그렇다고 브이맨션의 집밥 모임이 단순한 정보교류의 장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이 음식을 왜 만들었는지, 어떤 추억이 담겨 있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그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취향까지 알 수 있게 된다고.
“집밥이 다 그렇겠지만 음식이 엄청 훌륭하거나 맛있진 않아요. 또 유기농 재료만 사용해서 엄청 오가닉한 것도 아니고요. 조미료도 들어가고 냉동식품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집밥이 매력이 있는 건 그 사람의 스토리가 묻어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음식에 얽힌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사람이 살아온 배경,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으니까요.”
그 덕에 친구들도 많아졌다. 장지혜 대표는 이제 해외를 여행할 때 굳이 숙소를 잡지 않아도 된단다. 세계 여러 곳에 친구들이 하나둘씩은 다 있기 때문이다. 장대표뿐만이 아니다. 집밥 모임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또 다른 모임을 만들고 서로 교류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집밥이 모이는 브이맨션(www.facebook.com/VmansionSEOUL)의 식탁은 오늘도 시끌벅적하다.

글Ⅰ임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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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해먹는 집밥 서비스
쥬디의 집밥

자취생활을 하다 보면 문득문득 엄마가 해주던 밥이 그립다. 집에서 흔하게 먹던 나물도 나와 보니 귀하기만 하다. 그러면서 어느새 ‘집밥 = 건강한 음식’이 되고 말았다. 홈메이드 도시락 배달 서비스 ‘쥬디의 집밥’의 출발이 된 지점이다.
“주변에 혼자 생활하는 친구들이 유독 많았어요. 반찬을 좀 넉넉히 해서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게 그렇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손 크고 인심 좋은 쥬디(본명 박종옥)는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집밥을 콘셉트로 잡고,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을 구상했다. 메인 메뉴는 생선과 고기 중 선택하게 하고, 자취하며 가장 먹기 힘든 반찬인 나물을 위주로 네댓 개의 반찬을 담아낸다. 그렇게 만든 도시락을 2012년 7월, 8명의 친구에게 배달했다.
“처음엔 아침밥 배달이 테마여서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음식을 했어요. 4인 식구 먹을 양으로 만들다가 많은 양을 한꺼번에 하려니 힘들더라고요. 두 달쯤 되니까 멘붕(?)에 빠졌죠. 보통 4~5가지 음식을 불 앞에서 조리하느라 부엌은 매번 폭탄을 맞았고요(웃음).”
본래 쥬디는 금융관련 일을 했었다. 갓 태어난 둘째 출산과 육아로 일을 잠시 쉬다 얼떨결에 시작한 일이 점점 커지자 남편은 차라리 별도의 조리 공간을 마련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리하여 성산동에 작은 공간을 마련했다. 처음엔 10인 이상의 음식을 만드는 것도 허덕이던 그녀지만, 이제는 40명이 먹을 음식을 2시간 30분 안에 뚝딱 만들어낸다.
다른 판매 도시락과 ‘쥬디의 집밥’의 차별성은 ‘직접 만드는 정성스런 한식’이라는 점이다. 만들기 쉽고 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시락에서 빠지지 않는 튀김이나 소시지 등의 반찬은 지양한다. 대신 생물 삼치구이나 오징어숙회, 김치찜, 방풍나물, 가지무침 등 손이 많이 가지만 영양 많은 음식들이 도시락통에 담긴다. “하나 둘 타협하다 보면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음식이 될 거 같다”는 생각에 정성스레 만드는 한식을 고집하고 있다.
변화도 있었다. 아침 배송에서 점심과 오후 배송으로 바뀌었고, 배달 대상도 독거가구에서 점차 가족 단위로 변하고 있다. 바뀌지 않는 게 있다면 엄마가 만들 듯 정성스럽게 차리는 집밥이라는 것. “제가 만드는 밥을 먹는 이들이 누군지 정도는 알아야죠”라는 쥬디는 심지어 배달지 주소가 아니라, 한 명 한 명 이름으로 그들을 다 기억한다니 더욱 신뢰가 간다.
최근의 뉴스 한 가지 더. 9월부터는 상암 DMC역 인근 카페에서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팝업스토어를 열 예정이다. 그녀의 손맛이 궁금한 이라면 한 번쯤 들러보면 어떨까.

글Ⅰ하정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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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여유롭게 나누는 일요일 밥상

레이징 온어 선데이 애프터눈

마케팅 회사에 근무하는 문윤승 씨는 별일 없는 일요일 점심엔 사무실에서 동네 친구들과 함께 ‘집밥’을 차려 먹는다. 테라스와 커다란 주방이 딸린 오피스텔은 일반적인 사무실이 아니라 친구네 집처럼 꾸며져 있다. 이번 주 메뉴는 엄마가 보내주신 콩물을 이용한 고소한 콩국수. 2012년 11월에 시작한 이 일요 모임의 이름은 ‘레이징온어선데이애프터눈'(lazingonasundayafternoon.com).
“주말에 비는 이 공간이 아까워서 시작했어요. 게다가 손이 큰 어머니가 종종 반찬을 해서 보내시는데, 저만 먹자니 남고 해서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싱글들끼리 서로 같이 나누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이트를 만들고 공지를 올렸다. 분당에서도 찾아오는 등 호응이 컸다. 많게는 스무 명이 모인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찾아온 이와 대화는커녕 ‘밥 하는 아줌마’가 된 기분이었고 ‘아, 이건 아니구나’ 싶어 규모를 조정했다. 지금은 커다란 테이블에 둘러앉으면 딱 차는 6명 정도다. 윤승 씨만 앞치마를 두르는 것도 아니고 그때그때 희망자가 집밥을 맡기도 한다. 회비는 없는 대신 휴지나 커피캡슐, 꽃다발 같은 소소한 것들을 ‘위시리스트’로 공개해 받는다. ‘공짜 점심’은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도, 자발성을 좋아하는 윤승 씨에게도 딱인 방법이다. 일요일에 집밥 차리기라니 어떻게 보면 번거로운 일이지만 윤승 씨는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 동네친구를 얻은 즐거움이 모든 걸 상쇄한다고 말한다.
“혼자 나와 살면 잘 챙겨 먹기 어렵잖아요. 대단치 않은 소박한 음식이라도 잘 챙겨먹자고 시작한 거예요. 게다가 부모님들이 보내는 음식은 보통 대량이잖아요. 혼자 먹기엔 너무 많죠. 어머님이 보낸 묵은지가 너무 많다고 가져온 친구 덕분에 김치찌개며 김치찜을 해먹기도 했고요. 문어 잔치를 벌인 적도 있어요. 지난번에는 카레를 해먹고 남은 자투리 야채와 카레가루를 1인분씩 소분해 나눠줬어요. 이런 나눔의 재미가 있어요.”
무엇보다 여름엔 수박이다. 호쾌하게 한 통을 사서 나눠 먹고, 남은 수박껍질을 달라던 친구는 다음 모임에 수박피클을 만들어와 대인기를 끌었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You’re what you eat’라고 하잖아요. 요즘 보면 집밥이 일종의 트렌드가 된 거 같은데, 제가 생각하는 집밥은, 잘 챙겨먹는 걸 의미해요. 거창하게 차려 먹는다가 아니라 매일의 먹거리를 소박하게나마
잘 챙겨먹는 거요. 이왕이면 나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도 같이 챙겨 먹는다면 더 좋겠죠?
1인 가구들이 갖는 아쉬움을 넘어 즐거운 사교와 효율적인 음식 나눔이 지속가능해질 수 있도록 계속
고민중이에요.”

글Ⅰ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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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먹거리를 나누는 책방점심
구루밀 스튜디오

책방 유어마인드에서 밥 먹는 모임은 조금 특별하다. 일단 책방에서 먹는 점심이라는 점에서 남다르다. 어떤 서점은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데 이곳은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또 다른 집밥 모임과 달리 음식에 대한 제대로 된 돈을 지불해야 한다.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10년 넘게 요리를 배운 푸드 디자이너 구루가 음식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심지어 8명 선착순. 무엇보다도 다른 집밥 모임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낯선 사람들이 모여 함께 수다를 떨며 식사를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집밥 모임은 집밥을 매개로 낯선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목적이 컸다. 그러나 구루밀(guroomil-studio.co.kr)이 준비하는 책방점심은 커뮤니티를 위한 집밥이라기보다는 진짜 ‘집’에서 먹는 ‘밥’에 집중한다.
“전통적인 집밥의 정의는 집에서 먹는 밥일 거예요. 식구가 먹는 음식이니까 아무리 간단한 음식이라도 깨끗하고 안전한 재료로 요리를 하겠죠. 집에서는 음식을 먹으면서 이게 깨끗할지, 안전할지 겁먹지 않고 먹잖아요. 나를 너무 아껴주는 사람이 만들어준 밥이니까요. 집밥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밥을 만든 사람과 밥을 먹는 사람 간의 믿음은 유대감에서 나온다고 말하는 구루. 길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식당에서 먹는 밥이 아니라 유어마인드라는 공간을 알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찾는 책방점심이기 때문에 이미 암묵적으로 유대감이 형성되어 있다고.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자신이 준비한 점심을 먹겠지만 그 암묵적 유대감 덕에 더 정성껏 점심을 준비한단다.
“집밥이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준비하는 책방점심은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음식을 조용하게 음미하는 의미의 집밥이 아닐까요?”
구루는 “책방점심에 와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마치 좋아하는 책을 조용히 읽고 있는 뒷모습과 같다”고 말한다. 번잡하고 혼잡한 홍대 위에 조금은 거리를 두고 높이 떠 있는 유어마인드라는 책방, 그곳에서 엄마의 마음으로 건강한 재료로 덤덤하게 그러나 보기 좋게 만들어진 음식,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음미하며 즐길 수 있는 점심 한 끼. 책방점심의 시간이 궁금해졌다. 타코라이스, 샌드위치, 쿠스쿠스, 초계면 등 집밥처럼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지만 평소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음식으로 책방점심을 열겠다고 말하는 구루의 책방점심은 격주 수요일 점심에 열린다.

글Ⅰ임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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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소소북스는 홍대앞 문화매거진 <스트리트H>의 출판 브랜드입니다.

늘 집밥과 같은 홈메이드 문화, 로하스적 삶의 방식에 관심이 많은 편집부는 책을 내기 전부터 이처럼 집밥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었답니다. 위 기사는 2014년 8월호에 실렸으며, 당시만 해도 <집밥 인 뉴욕>을 내게 되면, 구루밀 스튜디오에서 독자들을 초청해 집밥 이벤트를 갖자고 하는 등 꿈에 부풀었었지요. 물론 출간 후 바빠진 덕에 그건 그냥 꿈으로만 남았지만요.

그간 소셜 다이너들에게도 변화가 잦았습니다. <쥬디의 집밥>은 오픈키친을 닫고, 새로운 모색을 준비중이고, 연남동에 자리잡은 구루밀 스튜디오는 책방점심은 중단했지만, 퐁듀파티, 떡국파티 등 간간히 연남동 이웃들과의 점심을 준비하고 있고요. 소소북스는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추구하는 집밥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리뷰] 뉴요커들의 ‘집밥’이 궁금하세요?

소소북스_집밥인뉴욕_입체

지금 가장 뜨거운 화두는 ‘집밥’
‘먹고 사는 일’이 이처럼 중요해진 때가 또 있었을까 싶다. 그 어느 때보다 물질적으로 풍요의 시대를 사는 것 같지만, 사실 액상과당이니 GMO니 하는 식으로 먹거리와 요리에 관한 공부를 게을리 하면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최소한으로 방어하기도 힘든 때이다. 비단 건강 면에서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적으로도 지금은 누구나 맹목적으로 패션 트렌드를 소비하는 대신 요리와 소셜 다이닝(Social Dining•SNS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함께 식사를 하며 교류하는 것)’에 열광한다. 이처럼 사회 전체가 ‘잘 먹고 잘 사는 일’, 먹고 사는 일에 혈안이 되어 있는 이 때, 뜨거운 화두는 다름 아닌 ‘집밥’이다.

한국의 집밥 문화가 바뀌고 있다
주부들의 푸념 어린 입버릇인 ‘오늘 뭐 먹지?’를 대중들에게 친숙하고 매력적인 두 남자가 이야기하고, 전국을 들썩이게 한 ‘차줌마’ 열풍으로 집밥과 살림 잘하는 남자는 싱글이든 기혼자이든 어디서나 환영 받는 최고의 매력남이 되었다. 일단 우리의 건강한 삶을 지탱해주는 집밥이니 만큼 지금의 분위기가 반갑지 않을 이유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런 중요성과 가치에 비해 사실 오랜 세월 ‘그 밥에 그 나물’이라며 폄하되어 온 것도 집밥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집밥에 이런 드라마틱한 신분상승이 일어난 것일까? 특히 철저하게 어머니 한 사람의 노동력과 눈물겨운 수고와 헌신에 기반 하는 한국의 집밥 문화에는 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뉴욕과 집밥, 낯설지만 즐거운 조합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던 필자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최근 쏟아져 나온 집밥 관련 책들 중에서 ‘평범한 뉴요커들의 심플한 집밥 노하우’라는 부제가 달린 <집밥 인 뉴욕>이다. 트렌드에 목숨 거는 업종에서 열혈 워킹 우먼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뉴욕 맨해튼에서 전업주부이자 엄마로 가족의 건강과 환경에 큰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천현주 씨가 저자이다. 언뜻 봐서는 ‘뉴욕=집밥’이란 공식이 조금 낯설다. 셀러브리티급 스타 셰프의 화려한 레스토랑이 즐비한 맨해튼에서 소박하고 심플한 집밥이라니? 다소의 혼란스러움도 잠시, 필자가 작년에 훌쩍 떠났던 몇 달 간의 미국 여행, 그 중에서도 두 달간 머무르며 생활했던 뉴욕에서의 시간을 떠올려 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 진다.

소박하되 품격 있는 집밥 라이프도 가능해요
뉴요커처럼 살아보는 체류형 여행이었기에 여행자 신분임에도 매일의 먹고 사는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었는데, 매식과 외식에 지칠 무렵 어쩔 수 없이 집밥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런데 웬걸, 서블렛(sublet, 유학생 등이 자신의 빈 아파트를 렌트해주는 방식)으로 구한, 환기도 잘 되지 않는 좁디좁은 맨해튼의 한 아파트 주방에서 생계형(?)으로 입문한 뉴욕 집밥 라이프는 ‘왜 이제 시작했을까’ 싶을 정도로 신선한 것이 아닌가. 가히 그간의 건강에 대한 안이한 생각과 생활 습관, 집밥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자체를 바꿔 놓을 만했다. 또 무엇보다 의외로 무척 재밌었다! 동네 어귀의 작은 그로서리 스토어만 가도 각종 유기농 먹거리들이나 착즙주스, 한끼를 대신할 수 있는 각종 샐러드 류 등을 언제나 살 수 있고, 맨해튼 곳곳에서 항시 열리는 크고 작은 파머스 마켓에선 로컬의 신선한 제철 먹거리들을 소량씩 구입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 저렴하고 질 좋은 커피와 와인도 얼마나 많은지 큰 수고 없이도 품격 있는 집밥을 얼마든지 연출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눈치 보지 않고 ‘투고(To go)’를 요청할 수 있는 알뜰한 외식 문화까지…. 좋은 점들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겠다. 매일 저녁마다 홀푸드마켓이나 트레이더 조에 들러 다른 뉴요커들의 장바구니를 흘끔거리며 ‘오늘 뭐 먹지’를 궁리하는 장보기 시간은 그렇게 미국 여행을 통틀어 가장 즐겁고 활기 넘쳤던 경험이자 추억으로 남았다.

어떻게 하면 더 손쉽게 차려 먹을 수 있을까?
필자가 살짝 ‘간만 본(!)’ 뉴욕 집밥에 대한 예찬은 이 정도로 줄이고, 과연 명불허전 뉴요커들의 스마트한 집밥이 어떤 것인지는 <집밥 인 뉴욕>(천현주 지음, 소소북스 펴냄)에서 직접 확인해 보면 좋겠다. 14년차 뉴요커가 정확한 시선과 생생한 생활 감각으로 전해주는 뉴요커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벤치마킹하고 싶은 집밥 노하우가 한 권의 정갈한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와 어떻게 하면 더 손쉽게 차려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뉴욕 사람들의 집밥 아이디어를 힌트 삼아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각자 형편에 맞는 집밥을 찾아냈으면 좋겠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보다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집밥을 향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집밥에 대해 느끼는 정서와 필요는 천차만별일지라도, 누구에게나 먹고 사는 일만큼은 한시도 멈출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먹고 잘 사는 일에 있어서도 관건은 돈이 아니라 감각이기 때문이다. 여전한 집밥 울렁증을 극복하고자 용기를 내어 보는 모든 이들에게 세련되게 파이팅을 외쳐줄 만한 책이다. 뉴욕식의 건강과 친환경 라이프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뿐 아니라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당장 따라 해 보고 싶은 맛있고 건강한 초간단 레시피를 풍성하게 담은 점도 놓칠 수 없는 이 책만의 매력.

글을 쓴 강정민은 오랜 패션지 에디터 생활을 뒤로 하고 지난해 퇴사 기념으로 훌쩍 여행길에 올랐다. 미국 곳곳에서 그린 라이프의 현재를 경험한 것을 계기로 패션을 포함한 라이프 스타일을 화두로 한 콘텐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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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의 로하스 라이프스타일 웹진 <자연을 담는 큰그릇>에 실린 리뷰를 퍼왔습니다.